[쉿,조용,조용히]
2026.03.18

"쉿, 조용, 조용히."
월로가 검지손가락을 입술 위에 가져다 대며 내려다본다. 이 남자는 바로 앞에 있지만, 하늘에 떠 있는 밤의 유일한 빛을 등지고 나를 바라보고 있어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둠에 뒤덮여 얼굴이 보이지 않는 월로의 그림자가 날 덮쳐온다. 코앞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거대한 존재감에 압도되었고,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잠깐 월로가 미소를 지었던 것 같기도 했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귀뚤뚜기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린다. 우리가 서있는 이곳은 사방이 뻥 뚫려있는 평지이기 때문에, 어디에도 방해받지 않은 선명한 울림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가야할 곳이 있어요. 길은 제가 안내할테니 저를 따라와주세요.
참, 혜지님 주변의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오로지 발닿는 길에 집중해주세요. 밤은 생각보다 길고 어둡고, 위험하거든요. 달님에게만 의존해서 발밑을 내다보고 걸어야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마세요, 혜지님이 다치지 않도록 제가 이렇게 손을 잡고 앞장설테니까요."
어느샌가 월로의 손을 잡은채로 내 의지와는 다르게 끌려가고 있었다. 이대로 그를 계속 따라가면 더이상 이후에 벌어질 미래는 감당 못할 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었다. ... 월로의 손은 굳은 살이 생각보다 많이 배겨있지만, 의외로 따뜻했다.
-글 밖의 말
월로는 혜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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