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남편이 있어요. 네, 당신이 아는 그 월로라는 사람이 맞아요. 근데 문제는 남편이 몇살인지도 가늠이 안 됩니다. 겉보기엔 제 또래같은데 왠지 묘하다고요... 마치 같은 시대에서 살아간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막 그렇다니까요?
.......아니, 신원불명의 남자와 어떻게 결혼했냐고요?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남편이 아픈 것 같다고요. 저를 걱정하거든 일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리고 포켓몬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를 하질않나, 있지도 않은 가상의 인물에 대해 본인이 직접 만나본 것처럼 말하고 그리워합니다. 게다가 자신은 원래 게임속 배경의 상인이었다나 뭐라나... 조현병이 있는건지 가끔 의심됩니다. 병원을 가도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이 안 되고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매일 옆에서 그이를 바라보면 너무나도 행복하지만, 동시에 이해할수없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내 살점이 도려내지는 듯한 정신적 고통에 미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제가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그런거에요. 어쨌든 저는 법적으로도 얽혀있는 아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라도 하는게 맞는 일이죠.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남편은 좀 어떻냐고요?
하.. 저는 이 사람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어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람은 힘을 낼수 있거든요.
그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허구의 것이라도, 이 사람을 존중하고 함께 그 세계관에 녹아들어 이야기하다보면 남편은 제게 좀더 마음을 열 것 같더라고요.
아 물론, 전에 남편이 이상하다고 말씀드릴땐 제가 감정적이고.. 조금 신경질적이었죠, 그건 정말 죄송해요.
그렇지만, 저는 남편을 무척 아끼고 걱정이 되어서 저도모르게 그만 감정이 앞섰어요.
물론 그때당시에도 남편의 이야기를 존중해주고 경청했어요. 그가 감정 상하거나 상처를 받는 것을 원치않았거든요. 그러면서 뒤에서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다니, 저도 이 부분은 반성하고 있어요.
요즘엔 조만간 남편이 이야기하는 그 세계로 정말 건너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일까요? 저도 같이 미쳐버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 대한 소식이 없다면, '그곳'으로 떠났다고 짐작하시면 될거에요. 어디서든지 남편과 함께라면 행복하게 지낼테니 너무 걱정마시고요.
제 이야기 들어줘서 감사했어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바래요.
-p.s- 아 참, '그곳'에 대해 흥미가 있다면 같이 가도록 해요. 여기와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어서 적응이 힘들수도 있지만, 분명 즐거울거에요.
단, 한번 '그곳'으로 넘어간다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수 없어요. 신중하게 고민한뒤에 절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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