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의 이야기>
처음에 있었던 것은
혼돈의 물결뿐이었다
모든 것이 서로 섞여 중심에서 알이 나타났다
떨어진 알에서
첫 생명체가 태어났다
첫 생명체는
두 개의 분신을 만들었다
시간이 돌기 시작했다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이 자신의 몸에서
세 개의 생명을 낳았다
두 개의 분신이 기도하니
존재라는 것이 생겨났다
세 개의 생명이 기도하니
마음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세계가 창조되었으므로
첫 생명체는 잠이 들었다

"...제가 전에 얘기한 신오신화 이야기입니다 혜지님.
시간이 돌기 시작하고 공간이 생겼으며,
존재와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우리는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본능에만 충실해서 살아가기만 하면 그만 아닐까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죄책감과 슬픔을 함께 느끼면서 살아가야할 필요가 있는 걸까요?
결국 사람이던 포켓몬이던 약육강식의 세상 안에서 서로를 이용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나 이기적인 존재들이 마음을 갖고 기쁠때 기뻐하고 슬플때 슬퍼하는 희로애락을 느낀다는 것이 모순적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얼마나 복잡한 존재일까요.
세상은 조금 잘못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월로는 복잡한듯 깊은 눈빛으로 혜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혜지는 마치 자신이 월로의 연설을 들으러 온 청중이 된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의문문으로 끝나는 말이었지만, 어떤 답을 원하는 것도 아닌 단순히 '동조'해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혜지는 조금 거슬렸다.
"월로님은 세상 모든 것을 싫어하나요?"
혜지는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로 월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반문했다. 네가 하는 이야기에 대한 대답을 하기보다, 그 말을 하는 본질적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을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받아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월로는 마음에 드는 반응이 아닌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답답한듯 입을 꾹 닫고 코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한동안 말문이 막힌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머뭇거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이 아니라.."
"월로님은 분명하게 세상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에 세계재창조를 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단순히 세상의 비밀을 풀어나가며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감정적인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 같아서요."
"그것도 맞는 말이죠, 혜지님."
"마음이란 건 영혼일까요, 영혼이 있기에 마음이 존재하는 걸까요? 우리의 육체는 단순히 현생에 머무르기 위한 매체이며, 실체는 '마음'이라고 불리는 영혼이 아닐까요? 우리가 보는 세상 외에도 볼 수 없는 세상들이 층층이 쌓여져 있는 거라면 재밌겠네요. 기리티나가 있었던 깨어진 세계처럼요."
월로는 혜지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시선은 혜지에게 가있지만, '혜지'라는 인간이 아닌, 그것을 초월한 그 너머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기쁨과 슬픔은 늘 함께한다. 이제야 걱정 없이 다리 뻗고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되어, 이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점점 더 행복해질거라는 기대를 품게 될때쯤 어김없이 새로운 시련이 재앙처럼 무단침입하여 찾아온다.
이겨내면 성장하고, 이겨내더라도 마음에 상처로 응어리져서 흉터로 남게 된다. 시련에 져버리면 인생은 더 힘들어진다. 존재하는 미물의 삶은 고통인 것일까?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렇게까지 질기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이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글 밖의 말
이것도 언젠가 써보고 싶었던 소재
슬픔이 없는 세상에 집착하는 월로는 이런 의문을 가질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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