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강수량 95%로 오전오후 내내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오며 전국에 호우주의보 발령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내일 날씨는 구름한점없이 맑을 것으로 예상되오며...
월로가 아무렇게나 튼 티비채널에는 기상청 예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벽에는 거센 빗소리 때문에 몇번이나 깼었다. 지금은 비가오지 않지만, 창밖을 보면 땅바닥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고여져 있고 습한 비 냄새가 난다.
마치 개울가 근처에서 은은하게 나는 것 같은 정체불명의 물 냄새와 코를 찌르는 불쾌한 악취가 뒤죽박죽 섞여져 있었다.
'하수구 냄새겠지.'
분명 길가 하수구 안에 누군가 잔뜩 버리고 간 담배꽁초들 때문에 하수구가 제 역활을 하지 못한게 원인일지도 모른다. 주위에 피해를 끼치며 지독한 냄새를 만들고야 마는 인간은 왠지 역겹다.
이런 사람들은 고통받으며 단명했으면 좋겠어. 최근들어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나는 못된 생각을 쉽게 품고야 만다.
월로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 보지도 않는 TV를 켠 채로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초조한듯 왼쪽 상단에 떠있는 시간을 힐끔힐끔 본다.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뭔가 거슬린듯 미간을 잔뜩 구기며 찡그렸다. 야근을 이유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혜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곁에 있을 것 처럼 이야기하면서 혼자 남겨두고마는 혜지가 월로는 조금 미웠다. 혜지가 원치않게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어쩐지 마음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월로는 자신의 마음처럼 텅 빈 집이 싫었다.
월로는 공허함을 참지 못하고 손꼽아 기다리는 그녀에게 당장 메세지를 보냈다.
혜지♡
08월22일 금요일
[ 월로 : 혜지, 언제 들어와요? 너무 늦었어요. ] 오후11시06분
[ 혜지 : ㅠㅠ슬슬 마무리 되고 있어요, 30분 안으로 끝날듯요! ] 오후11시08분
[ 월로 : 그 말만 2시간째 하고 있어요.. ] 오후11시09분
[ 혜지 : 이번엔 진짜예요! 딱 기다려요! ] 오후11시13분
[ 월로 : 데리러 갈게요.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해요. ]오후11시14분
[ 혜지 : 안그래도 되는데! 저는 좋지만, 피곤하면 쉬고있어요! 얼른 갈게요!!! ]오후11시19분
[ 월로 : 이미 여보 회사에 도착했어요. ]오후11시32분
[ 혜지 : 슬슬 나가고 있어요, 기다려요! ]오후11시33분
> ( 문자 메세지 ) ◁

월로는 문자를 보내는 중간에 못참고 집을 나와 차를 끌고 비가 몰아치는 도로를 지나쳤다. 눈앞에서 와이퍼가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움직인다. 비가 거세질수록 시야는 불편해져서, 사고가 나지 않게 핸들을 꽉 쥐고 운전했다.
어느덧 혜지가 재직하는 회사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회사와 집이 멀지 않은게 다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날에 버스를 타고 와봐야 여기저기 흠뻑 젖어서 올게 뻔하지.'
딱히 다정한 남자친구 행세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밤늦게 추위에 떨며 오게 될 혜지가 걱정되어서 나온 것 뿐이었다. 굉장히 번거롭지만, 월로의 행동은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했다.
"여보야 ! "
방금 전까지 문자 메세지 말풍선으로만 이야기하던 혜지가 핸드폰 화면 너머로 월로를 향해 팔을 크게 휘저으며 방가운듯 총총 달려왔다.
월로는 차 안에서 그녀의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다 방가운듯 손을 흔들며, 혜지가 조수석에 탈 수 있도록 자동차 문손잡이 잠금장치를 열었다. 차에서 삐삑, 소리가 들렸다.
조수석 문을 열고 혜지가 차에 탔다. 월로는 운전석에서 혜지를 조금 피곤한듯 바라본다.
"당신 때문에 걱정되서 이렇게 나왔잖아요, 저도 일하고 와서 피곤한데 정말.."
"역시 저한텐 월로 밖에 없네요, 고마워요."
"... 안 배고파요?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밤도 늦었고 그냥 집에 있는거 간단하게 먹죠 뭐."
"안됩니다. 늦게까지 고생했는데 든든한 거 먹어야죠."
월로는 대화를 나누며 차를 드라이브 모드로 바꿔 한산했던 주차장을 나와 다시 소나기를 뚫고 두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 불쾌지수 100%의 이런 날씨도 혜지와 함께라면 기분이 좋았다. 신기한 일이다.
"내일은 완전 햇빛 쨍쨍하다면서요? 일 안가는 날이니까, 체리꼬 데리고 산책 하려고요."
"지긋지긋한 비가 끝이라니 다행이네요. 저도 같이 데리고 나가셔야죠, 혜지."
"너무 당연해서 하품 나올 뻔 했습니다. 월로는 항상 제 옆에 있어야죠."
"그런 것 치곤 오늘 저를 너무 방치했네요."
"... 인간적으로 야근은 이해해줘요. 저도 칼퇴하고 싶었단 말이예요."
"장난이에요, 장난.."
두 사람은 현관 너머로 돌아와 입을 한번 가볍게 맞추고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서로를 보며 몸을 흔들며 배시시 웃었다.
-글 밖의 말
이런 로맨스가 난 좋은 것 같아..
그냥 별거아닌 일상이라도 사랑이 가득해 보여서 좋잖아.
현대if 동거하는 두사람이라면 이런 느낌일까 망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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