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로 잠든 당신]
2026.03.09


"월로님."
"네, 혜지님."

"저.. 다녀올 곳이 있어서요. 이따가 봐요."
"같이 가도 괜찮은데요?"

"미안해요, 혼자 갔다오려고 해요."
"..네, 그럼 너무 늦게까진 돌아다니지 마세요. 밖은 위험하니까요."



항상 내게 찰싹 붙어 칭얼거리곤 했던 존재를 잊을수 없었다. 조금은 사랑스럽지만 귀찮고 성가실 뿐이었던 너를 보러 흑요들판의 험한 숲을 향해 걸어갔다.

너와 나만 아는 숨겨진 장소로 간다. 얼마나 걸었을까, 꼭꼭 숨어있는 네 흔적이 보인다. 아아, 너는 여전하구나. 변함없이 이곳에 묻어져 있구나.

가슴이 참을수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어디하나 다친 것도 아닌데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거부할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서 나는 수직으로 거세게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만 같았다.

비석을 깨끗한 천으로 문질러 닦았다.
원래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해서 이승에 남긴 껍데기를 태워 고운 가루로 만들어 소중히 보관하곤 했다.

하지만 너를 내 손으로 차마 그럴수 없어서, 이곳에 묻어뒀다. 정갈하게 갈려서 쌓인 돌들은 몇번이고 오열하고 울고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미련없이 떠나길 바라는 너를 위해 손수 만들어 왔던 것들이다.

포켓몬, 이전에 살던 세계에서는 비유하자면 애완동물과 크게 다름없는 존재. 하지만 함께하는 동료이자 가족.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다.

사람이 아닌 것의 죽음이 나에게 죄책감을 심어줄거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금 이렇게 슬플줄 알았으면 있을때 잘 할 걸, 아니, 죽음은 대부분 준비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몇번을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보낸 적이 있었으니까.

가족,
친구,
한때 즐겁게 놀았던 사람들.

죽음은 얼마나 허무한가. 한 생명이 사라지면 몇주간의 슬픔 뒤에는 당연한듯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구름이 조금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은 시간의 이질감을 느낀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내가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의미없는 자책과 양가감정 속에서 낯선 기분을 이겨내면 다시 나는 네가 없어도 괜찮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맛있는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만들고, 무언가를 버린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즐겁기도, 우울하기도 한 변덕스러운 날들을 계속 흘러보낸다.

맑음과 흐림, 눈과 비를 오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말이다.

......
...
....
......

한참을 네 무덤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너의 비석을 온몸으로 껴안았다. 옷이 더러워지던지 말던지 알 바 아니었다. 은은하게 나는 흙내음도 이미 이 땅과 하나가 된 너의 체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보고싶어, 정말로 보고싶어.

그때 너를 조금 더 세심하게 지켜봤다면, 나를 걱정하는 너를 조금 더 헤아렸다면, 너는 날 지키려고 무모하게 몸을 던질 일은 없었겠지.


다음 생에서는 부디 행복하길 바랄게.



- 글 밖의 말

월로혜지가 메인이 아니더라도.. 어쨌던 히스이 안에 있는 드림이니까.. 히스이 생활에 충실하려다보니 그렇게 되었네. 포켓몬 세계에서도 간접적인 죽음을 겪고 성장하는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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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𝐹𝐾𝐽 - 𝑌𝑙𝑎𝑛𝑔 𝑌𝑙𝑎𝑛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