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지님이 죽는 꿈을 꿨어요.
절 두고 그러면 안돼요."
월로는 이제 막 잠에서 깬 혜지를 자신에게로 끌어 껴안았다. 커다란 월로의 손은 따뜻했고, 혜지의 등에서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월로가 누워있던 이부자리는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 아직 잠에 덜 깬 나머지 몽롱했던 혜지는 그럴리 없다고 태연하게 얘기하면서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
월로는 그런 그녀에게 조금 서운함을 느꼈다. 혜지는 반대로 자신의 가치를 인지하고 편하게 잠에 들었다.
월로가 잡고 있었던 관계의 주도권은 한결같지만은 않았다. 혜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끌려다니다가도 이렇듯 상황이 역전되기도 했다.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그녀를 데려간다면, 이렇게 우리 관계가 종결된다면,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는 일상이 당연해질수록 간절함은 점점 옅어지는 대신 안정감이 자리잡게 된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언제든 사라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했으니까.
이미 가진 것은 충분히 잃어버릴 수 있는 것.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게 된다.
영원할 것 같은 관계도 시절인연에 불과하며,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관계의 유통기한에 임박하게 된다는 것.
그걸 놓지 않으려 간절해질수록 멀어지고, 간절하지 않을때는 내 옆을 떠돌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한채로 흘러간다. 세상의 알고리즘은 뭔가 잘못된게 분명하다.
월로가 원하는 세계재창조의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월로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신은
분명
자신을
기만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빌어먹을 이딴 꿈이나 꾸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은 아무 잘못이 없단 것을 알면서도, 월로는 꾸준히 아르세우스를 탓하고 증오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행복했을지도 모를 유년시절을 빼앗긴 것, 뒤늦게 혼자가 두려워진 것을 모두 탓하며 원망했다. 그것이 의미없는 분노이며, 자기 자신만을 연소시킬 뿐이라는 걸 마음 깊숙히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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