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투영]
2026.03.11


"그이가 절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싫어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이는 세상을 싫어하거든요. 세상이라기보다 요즘은 인간이 싫어진 걸 거예요. 그러니 인간의 한 사람인 저를 좋아할 리 없지 않겠어요?"

    나쓰메 소세키 - 마음中-


-
낮에는 태양이 만물을 비추고, 밤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겨줘서 외롭지 않으며, 커다란 해안가와 절벽, 무성한 숲, 언덕,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듯한 히스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싫어할리가 없지.
아마 그는 지옥같은 기억을 만들어준 인간들 사이에서 제대로 싫증이 난 것이 분명했다.

사람은 양면적이기 때문에 선하고 악하다는 것을 딱 잘라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득이 되거나 실이 되는 건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호기심 많은 월로가 무리지어 있는 인간들에게서 배척 당하면서 습득 한 것은, 사랑과 따스함보다는 '인간이기에'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월로는 좌절되기 쉬운 사랑을 주는 것보다 득과 실을 계산하는 것을 선택했다.

계속해서 남을 관찰한다. 그리고 멋대로 어떤 부류의 인간이라고 단정지어버린다. 그것이 사람이라면 갖는 공통적인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태로 남을 재단했다.

남의 단점을 쉽게 보는 것 또한 재주가 아니다.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것이지 그것또한 재능이거나 어떠한 깨달음이라고 멋대로 착각하는 것.


월로는 깨달음이라는 이름의 편협함을 갖게 되었다.

그런 편협함으로 어른이 될때까지 나름 잘 살아왔다. 세계재창조의 목적이 작은 여자아이(윤슬)에게 좌절 되어도 괜찮았다.

오히려 타인을 인정함과 동시에 자아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아무도 월로의 완강한 고집을 꺾을 사람이 없었다. 그는 누가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고, 스스로 깨닫고 부러져야만 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리석고 불완전한 인간.
그렇기에 인간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이것또한 자연의 섭리.


그런 월로에게 자신과 비슷해보이는 또다른 외지인을 만나게 된 것은 또다른 큰 변화를 위한 변환점이었다.

고대신오인의 후예라는 자긍심을 갖고, 그토록 외지인을 낮잡아보고 무시해왔던 월로가 외지인에 의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격이라니. 조금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
월로와 혜지가 함께 살게된지 반년이 훌쩍 지났다. 단순히 동거인이 아닌, 연인이자 동료.

그렇기때문에 둘은 가까워지는 만큼 서로와 더 닮아져갔다. 성격차이도 어느샌가 간극이 줄어들면서 상대방의 행동이나 웃는얼굴, 말투까지 따라하게 된다.

마치 부모를 보고 따라하는 아이마냥
두 사람의 결은 점점 비슷해져만 갔다.

문득 거울을 보면

월로의 눈앞에는
혜지의 얼굴이 보였고,

혜지의 눈앞에는
월로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다가 둘은 서로를 판단하는 기준점을 자기 자신으로 두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일상을 함께 한다고 나와 상대가 같아지는 것도 아니면서 동일시 하게 되었다.

월로는 혜지가 세계재창조에 협력하는 이유가, 그녀도 자신처럼 인간에게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고 착각했다.

혜지는 월로가 세계재창조를 원하는 이유가, 그가 너무 외롭거나 누구보다 사랑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반발심리에서 생기는 방어기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진심일수 있는 건,
세계재창조라는 목표가 삶의 원동력이 되어버린 나머지 그렇다고 단정지었다.

세계재창조는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일까, 진짜 알맹이일까. 세계재창조 이전에 각자가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는 듯한 기분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완전하고 어른스럽다 말할수도 없었으며, 여전히 미완성이었고 그 틈을 본인의 결핍으로 메꿨다. 그것이 문제가 되진 않았다.

자기투영은 함께하는 세월이 쌓여갈수록 무너지고, 언젠가는 서로를 다른 존재로 인지하며 존중할 날이 오겠지.

그 전까지는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하다며 그럴듯한 환상에 빠져 낭만적인 사랑을 하게 될테니.

'Logue 서사 로그 > Main 메인 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리에는 사랑이 담겨져 있다]  (1) 2026.03.12
[세계재창조에 도달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2026.03.12
[B612]  (0) 2026.03.11
[공수래공수거]  (0) 2026.03.10
[네가 죽는 꿈을 꿨어]  (0) 2026.03.10

BGM Player

₊˚⊹♡𝐹𝐾𝐽 - 𝑌𝑙𝑎𝑛𝑔 𝑌𝑙𝑎𝑛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