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는 사랑이 담겨져 있다]
2026.03.12

 


월로는 일을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처음 맞닥뜨린 건, 집 안에 베여있는 갓 만든 음식 냄새.

도대체 무슨 일일까 냄새의 주인공을 찾아봤는데,

나를 위해 준비한 저녁 식사가 눈앞에 보인다.
마치 거기 존재하는게 당연한듯이.

월로는 익숙치 않은 위화감에 얼떨떨 했지만,
몇걸음 앞으로 다가가 신발을 벗고
차려진 밥상 앞에 주저앉았다.

본인 앞에 있는 음식들을 흘겨보니,
딱봐도 음식점에 팔고 있는 완성품 형태가 아니었다.
어딘가 어색한듯 서툴지만, 정성껏 만든듯한 모양새.

곧이어 음식을 만든 장본인의 수줍은 목소리가 들린다.

"월로님,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요리해봤어요. 이곳의 식재료를 잘 몰라서 마을 사람들에게 열심히 음식하는 방법을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건강에 좋다는 건 다 넣어놔서 지친 하루를 충전하는데엔 도움이 될거에요. 맛이 없다면 억지로 먹지는 말아주세요. "

혜지는 조심스레 월로에게 본인이 얼마나 신경을 써서 요리를 했는지 줄줄이 이야기 한다.

얼굴을 보니 걱정 반 설렘 반의 표정이었다.

본인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지 않아도, 이만큼 월로를 생각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게 무슨 퍼포먼스일까, 월로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듯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수저를 들었다.

"....절 위해 직접 요리까지 해주다니..정말 감사해요 혜지님. 일단 혜지님이 만들어준거라면 저는 다 맛있게 먹을수 있을 것 같아요. 잘 먹겠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 감사를 표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입안에 들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식재료 하나하나 고스란히 느껴진다.

단순히 끼니를 떼우기 위해 먹었던 음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이렇게 다채로운 미각을 생생히 느끼며 식사를 한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평소에 월로가 맛있게 먹었던 것들이 섞여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딱 좋아하는 식감의 두께로 썰려져 들어간 식재료들.

 

처음엔 배고프니 얼른 먹고 말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자신을 위한 밥상 앞에서 경솔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월로는 허겁지겁 먹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깨달은 듯이 식재료 하나하나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씹어넘겼다. 

혜지는 다른 세계에서 갑자기 떨어진 이방인이기에, 요리는 커녕 세상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마치 제대로 된 가사일도 못하는 버려진 어린아이 같았다.

음식이 입으로 넘어갈수록,
그런 그녀가 이 낯선 땅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경외심까지 들었다.

고된 스케쥴을 소화시키느라 허기진 나머지 정신없이 식사를 하는 월로의 모습을 혜지는 기쁜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 월로님, 음식은 좀 어때요? "

"여태까지 제가 먹었던 것중에 제일 맛있는데요?
혜지님이 이렇게 요리에 재능이 있는줄을 몰랐습니다."

" 진짜 다행이다! 맛없을까봐 엄청 걱정했거든요! 많이 드세요, 부족하면 언제든지 더 만들어줄수 있어요. 월로님이 잘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져서.. 저는 배가 부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식사하는 모습을 제대로 지켜본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왠지 월로님이 잘 먹는 모습은 너무..."


혜지는 월로를 향해 방긋방긋 웃으면서 말을 하다, 갑자기 아차 싶은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월로는 뒷말을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뭔데요, 혜지님."
"기분이 좋아지네요... "



 
- 글 밖의 말 .˚ ༘♡·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은
 
1. 누군가 나를 위해 사준 음식
2. 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음식
3. 남이 내 입맛에 맞춰 만들어준 음식
 
거꾸로 갈수록 가장 좋아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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