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바다속으로 버리세요]
2026.03.14

 


바다는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 곳,
모든 이들의 그리운 고향

바다는 만물의 어버이
파도치는 물결은 어버이의 손길

엄하고 거칠게 다가오지만,
자비롭고 부드럽게 닿는다

그런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혜지는 늘 군청해안의 모래사장을 밟아오며
두고와버린 것들을 천천히 흘러보냈다

이유없이 바다를 찾는 일이 늘었다면,
그것은 그리워하는 무언가를 버리기 위한 것
인생의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다

높은 곳에서 추락하더라도,
모든 것을 잃더라도,

가진 것을 미련없이 버릴 용기가 있다면
어디에서 무엇이던 가질수 있었다.

어느 날은 해가 떨어지자마자 군청해안가를 찾았다. 검은 하늘에선 수많은 별무리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자세히보면 흐리멍텅한 색깔의 구름이 지나다니는 것도 보였다.

점점 아름답게 포장되는 과거가 괴로워 바다를 찾았다.
미련을 버리지못할만큼 발목을 잡는 지난 일들도 지금 저 밤하늘보단 아름답진 못한 것 같다.

앞을 보지않고 모래사장 난 길을 따라 목적지 없이 걷는다. 모래알이 가득한 바닥에 서벅서벅 발자국을 남긴다. 내 발자취는 파도 한번 쓸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혜지는 걸었던 길을 뒤돌아보다가 무언가 깨달은듯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축복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얼마만큼 뛰었을까, 벅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눈앞을 보니 어느새 마을 한가운데에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 다급하게 이곳에 떨어졌을당시 처음 입고 있었던 옷을 찾는다. 당장 입고나가도 될만큼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더이상 이 옷을 입을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은하단 조사대원의 복장을 입고있는 행색이 이질감없이 잘 어울렸다. 혜지는 옷장을 닫고 다다미 바닥 위에 한참을 허공을 바라보며 서있다가 어떤 결심을 했다.



밤이 깊어지고, 어느새 찌르꼬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이 되었다. 혜지는 이불 안에서 움크리며 뒤척이다가 기지개를 핀다. 잠은 덜 깼지만, 일어나야만 한다.

나갈 채비를 하는 마지막은 거울 앞에서 조사대원 머플러를 단정하게 묶었는지 확인하곤 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흝고는 미소지었다. 짚으로 엮어진 신발을 신고 숙소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선다.

왠일인지 문앞에서 월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가, 당황한 월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했다.

"깜짝 놀랐잖아요 월로님... 언제부터 여기 서계셨나요?"

"놀라게했다면 죄송합니다 혜지님, 오늘 새벽부터 상회 물품 조달을 받았는데, 끝나고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혜지는 피식 웃었다. 약간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머쓱하게 웃음짓는 월로의 얼굴이 왠지 반가웠다.

두 사람은 함께 축복마을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쩌다보니 어젯밤 혼자 바다를 보러 군청해안을 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월로는 혜지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혜지님은 바다를 좋아하세요? 유독 군청해안을 자주 가시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바다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어제는 다녀온 이유가 좀 달랐어요."

"그래요? 어제는 어쩐일이셨나요?"

"월로님, 저는 힘든 일이 있거나 행복했던 과거가 제 발목을 잡을때마다 바다에서 모든걸 버리고 와요.

제게 있어 가진걸 전부 포기한다는 건,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거라는 의미에요. 이곳에 떨어져서 월로님과 같이 있는 매일이 너무 행복한 나머지, 이제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멋대로 기대 하고 있어요."

"기대라.. 좋네요, 매일 씩씩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혜지님에게도 힘든 일이 있으셨나 보군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는 저로써는 혜지님이 얼마나 앓아왔을지 가늠할수 없지만, 혜지님이라면 충분히 잘 살아가실수 있을거에요.

방금 말하신걸 들었을때도 혜지님이 얼마나 심지가 단단하고 밝게 빛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혜지님과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여태까지 같은 목적을 갖고 동행하겠다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옆에서 지켜보고, 지켜드리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월로님, 왠지 그 말을 들으니까 내 편 같고 좋네요."

"이미 전 혜지님 편이랍니다! 방금 그건 좀 서운했어요~"

"아, 아니! 그게.. 월로님이 제편이 아니라는게 아니라요.."

"하하, 알아요. 어깨에 힘좀 빼시라고 장난좀 쳐봤어요. 그나저나, 오늘은 뭘 할 계획이시죠?"

"오늘은.... "




- 글 밖의 말
바다보러 가고 싶다.

지구는 본래 마그마 바다였다.
식어가면서 지각이 생겨나고, 비가 내리면서 바다가 생겼다. 본래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는 공기가 비 내리며 바다에 녹아들어 하늘이 맑아진다.

태초부터 바다는 그런 곳이었다.
무언가를 버리고 비워낼수 있는 곳.

공백이 생겨야만 그곳에 다른 무언가로 채워진다. 당신도 괴로운 것들을 버리고 좋은 것들로 주변을 가득 메꾸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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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𝐹𝐾𝐽 - 𝑌𝑙𝑎𝑛𝑔 𝑌𝑙𝑎𝑛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