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쫓는 자]
2026.03.15

 

 


누군가 나의 등을 민다.

뒤돌아서 확인해보니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꿈을
당장 쫓아가 이루라며
웃는 얼굴로 어깨를
툭. 툭.

그러고선 등을 떠민다.

무의식의 재촉이었다.
그렇다.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만 해.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때는 3년 전, 나보다 작은 덩치의 이방인 여자로부터 꿈의 실현 직전에 좌절되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것,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이치,
반드시 복종시켜야할 신,

전부 내 손 안에 거머쥐어야 성에 찰 것 같았다.
그래야만 나의 불행과 고난이 마땅히 보상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내심 그것이 오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인간은 살아가는 이상 존재의 이유를 찾아간다. 그저 태어나서 존재하는게 전부일 터인데도,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정신승리하는 것이 인간이다.


하루하루 시간을 허투루 보낼수가 없었다. 생계를 위해 상인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남는 시간은 신화조사에 몰두한다.  굳이 상인이었던 이유는 내 역량에 따라 개인시간을 좀 더 확보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활동반경에 제약이 없는 장점도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 진상고객이라도 오는 날이면 정신적 피로에 지치기도 하지만, 나중에 이룰 더 큰 행복을 위해선 이정도쯤이야 감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매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컴플레인이 강하게 들어와서 수습하느라 개인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한다던가, 은행상회 내 물건 조달이 늦어져 남아있는 생활비가 위태로워진다던가, 유적탐사중에 습격이라도 받으면 회복기간동안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어쩌면 이건 끝이 안보이는 험난한 미개척지를 평생동안 걸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자니 나의 삶이 보잘것 없이 느껴져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도 마음도 지쳐가며, 저도 모르게 속이 망가져갔던 찰나에 당신이 찾아왔다.



"실패하면 뭐 어때요, 몇번이고 함께 넘어지고 일어서도록 해요. 대신 항상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기로 해요.

월로님은 꿈을 이루고, 저는 그런 월로님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졌어요. 계속 해봐요."


몇번씩 지칠때마다 독려했던 당신은 뭔데 내 꿈의 실현유무를 함부로 말할수 있었던 걸까?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 싶어. 근데 마음대로 되질 않잖아. 하지만 당신은 언제까지나 끈질기게 내 곁에 남아있었고 흔들림을 바로잡아줬다.


"혜지님, 혜지님은 왜 이렇게까지 저를 따르시는 건가요,
낯선 히스이에서 처음 보게된 사람이 단지 저라서요?"


월로는 은연중에 툭 툭, 혜지에게 떠보는듯이 말하곤 했다. 이런 행동들이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수가 없었다. 그녀의 세계에서도 자신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미래를 향한 불안감에 무너지고 있는 사람은 간절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비굴한 말 한마디 한마디, 최측근에서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존재가치를 증명받고 싶어 추궁하듯 물어봤다.


그럴때마다 혜지는 월로를 조심스레 품안에 안으면서 월로를 안심시켰고, 월로는 그럴때마다 길들여졌던 것 같다. 나중에 커다란 상처를 받을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월로는 가끔씩 자주 혜지에게 몸과 마음을 맡겼다. 심신이 지칠때면 혜지가 곁에서 사라질게 두려워 평소보다 꽉 안고 잠들었다.


"혜지님, 혜지님이 제게 하는 말을 듣다보면,
왠지 전부 혜지님이 말씀하시는대로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왜일까요? 전 아직도 이해할수 없어요. 제 결핍의 해결을 타인에게 책임전가 하고 싶었던 걸까요?"

"월로님, 저는 월로님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왠지 내가 월로님을 지탱해주기 위해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결핍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월로님에게 의존하고 싶었던 걸까요?"


두 사람은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마치 거울 앞에서 말하듯이 대화했다.

유독 마음이 시리고 외로움을 느낄때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밤새도록
진솔하지만 영양가 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앞으로의 건설적인 계획 같은게 아닌,
각자 느낀 속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시간만 죽이고 있는 이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함께 수렁에 빠질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때쯤, 늘 그렇듯 잠에 들었고 눈을 뜬 아침에 후회하곤 했다. 이렇게 미련하고 바보같은 행동들도 이 사람과 하면, 왠지 정당화 되는 것만 같았다.

남자는 여자 앞에 어린 아이가 되곤 했다.
월로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고싶었던 것 같다.



내가 가는 길은 확고하다.

아르세우스를 굴복시켜 더 나은 세계를 만들 것이다. 어느새 당신을 만나 가야할 길이 더 잘 보이기도 했다. 나의 뜻은 혼자선 이뤄낼수 없는 것이었을까, 아마도 당신은 빛 한점없이 어두운 길에 유일하게 의지할수 있는 등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인생의 궤도가 당신을 만나고 거짓말처럼 막힘없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은 나를 위해 태어난 존재일까, 곁에서 뒷모습을 보고있자면 가끔씩 당신을 여기로 보내준 신에게 감사했다.






-글 밖의 말
생각해보면 고대신오인이라는 정체성 외엔 찾기 힘든 월로는 결국 이방인과 엮일 수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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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𝐹𝐾𝐽 - 𝑌𝑙𝑎𝑛𝑔 𝑌𝑙𝑎𝑛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