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2026.04.01

 


온 몸이 펄펄 끓는다.

월로는 몸살감기에 걸려버려서 출근은 커녕 외출도 못하고 꼼짝없이 방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그런데 하필면 오늘이 혜지와 흑요들판 아래 동떨어진 섬의 꽃밭에서 꽃놀이 하자고 약속했던 당일이었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유가 감기가 아닌, 미안함의 무게에 짓눌려서 인것만 같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도 곧 현기증에 몸을 가누지못하고 무력하게 비틀거리기만 했다.


찰박.
찰박.
찰박.


이마에 부드럽지만 차가운 무언가가 얹어진다.
얼음물 동동 띄운 물에 적신 물수건이었다.



옆에서 병간호를 해주는 혜지의 손은 벌개져있었다. 놀라서 급한마음에 그녀의 손을 잡아보니 얼음장같이 차다. 앓아누워있는 자신처럼 몸에 열이 나서가 아닌 나를 돌보느라 차가워진 손이었다.

월로는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만 간다. 한편으로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왠지 죄인이 된듯한 기분을 느꼈다.

약 기운이 몸에 퍼지고 있나보다.

눈앞이 몽롱하고 아까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럽다. 눈을 감으면 몸에서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느껴진다.

찰박, 찰박, 혜지가 물 수건을 다시 얼음물에 적시는 소리와 함께 이마와 뺨, 목 순서대로 열기 가득한 곳에 시리도록 찬 물수건의 감촉이 왔다.

갑작스러운 온도차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리는 월로였지만, 곧잘 참아내어 그녀의 손길에 의지했다.

미안해.
미안해.
고마워.


이 상황에서 월로가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혜지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네요.. 그리고 감사해요, 누가 이렇게 돌봐주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 글 밖의 말
천관산 정상에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포켓몬 배틀할 정도로 튼튼한 월로도 언젠가 감기게 걸리긴 하겠지..같이 살면서 아플땐 보살펴주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는걸 쓰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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