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3시, 일렁이는 바다 표면에 햇살이 수십개로 조각나 떨어졌다. 하늘 위에서 만물을 비추던 태양의 일부는 물결위에서도 눈부시게 반짝였다. 멍한히 보고 있으면 깨진 조각들의 강한 빛에 눈이 아프기도 했다. 이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윤슬. 그것은 윤슬이다.
윤슬, 내 앞에 있는 건 윤슬선배.
윤슬선배 등 너머 있는 대낮의 별무리,
윤슬선배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태양빛,
모두 선배의 실루엣을 비추는 역광이었다. 윤슬선배의 얼굴은 빛을 등지고 있어 그림자가 깔려 어두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선배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더라, 앳된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있었다.
선배는 반드시 우린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배의 눈동자가 그림자 속에서도 촉촉하게 반짝였다. 선배의 눈에도 윤슬이 있구나, 윤슬은 어디에나 존재하구나.
내가 고개를 숙여야 겨우 눈을 마주칠수 있는 윤슬선배지만, 이 작은 존재에게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단단함이 있었다. 마치 함부로 할수 없는 어떤 신성함도 느껴졌다. 무교인 내가 이런 종교적인 표현을 쓰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선배의 손을 잡고, 언젠간 꼭 고향으로 돌아갈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를 빼놓고 말이다.
나를 만들어온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해, 내 기억속 고향은 점점 희미해져만 간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각자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간다.
선배는 축복마을의 은하단 숙소로,
나는 날 기다리는 월로가 있는 곳으로,
똑같이 가족을 두고와버린 처지라도 각자 그리워하는 안식처는 달랐다. 윤슬선배의 집은 선배가 태어나고 자라왔던 그곳에 있다. 나의 집은 지금 내가 가는 길에 있다.
월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빨리 오라고 재촉받은 것도 아닌데도 발걸음은 조급해져만 간다.
'얼른 갈게요, 월로님.'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빠르게 달리기 위해 앞으로 쏠려있던 상체가 좌우로 휘청였다가, 다시 몸의 중심을 잡고 달려간다. 나는 행복한 얼굴을 하며 달려갔다.
내가 가야만 하는 나의 집으로.
- 글 밖의 말
월로윤슬도 좋아해.. 근데 그냥 내 드림세계관의 윤슬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나올 것 같아. 이방인 선배이자 나와는 결이 맞지는 않는 사람. 인간적인 호감은 크지만, 결국 다른 선택을 할 사람.
레알세 스토리상으로 보면, 주인공 시점에서 플레이 했을때 집에 안 보내주는게 안쓰러웠으나.. 만약에 나라면? 거기에 월로가 있다면? 눌러붙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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