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일같이 나를 기다렸다]
2026.04.28

 

 

어느 날은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게 되었다. 은하단 조사대원은 출퇴근이 항상 불규칙적이었기에 종종 있는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당연히 잠들어 있을 월로를 생각했건만, 저 먼치부터 우리집 창문에 누런 빛이 주변을 감싸며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안 자고 있구나!'


혜지는 신나서, 퇴근 후의 지친 몸상태를 잊어버리고 당장 현관까지 달려갔다. 드르륵, 덜컥. 문을 여니 실내등을 키고 있는 월로가 피곤한듯 눈을 꿈뻑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제야 온 거냐며 살짝 투명스럽게 툴툴 거리는 월로였지만, 그의 말에는 애정 섞인 걱정이 있어서 혜지는 기분이 좋아졌다.


"월로님도 퇴근하고 피곤하셨을 텐데, 제가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네요. 미안해요.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어쩔수 없었어요. 아시다싶이 조사대원 일은 정해진 퇴근시간이랄게 없잖아요."

"저도 혜지님 사정은 잘 알고 있어서 얌전히 기다렸어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사과보다 고맙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하아.. 안 배고파요?"


"엄청 배고프죠. 미칠 것 같아요.
월로님 생각하면서 겨우 복귀했다니까요."

"그럴줄 알고 주먹밥 미리 만들어놨어요."


"최고네요, 역시 날 생각해주는 건 월로밖에 없네요."

"항상 이럴 때만 최고죠? 정말이지.."


"아뇨, 매순간이 진짜진짜 고마운데요, 이거 진짠데..."

"얼른 밥 먹어요. 내일도 출근해야하지 않아요?"


"그건 월로도 마찬가지일텐데.."

"알면 얼른 밥 먹고 씻고 잘 준비 해요."


"응당 그래야죠."


월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미소지으며, 혜지를 바라봤다. 그녀는 목에 두르던 머플러를 천천히 풀고 근처에 있던 옷걸이에 걸어놨다. 그리고 며칠을 굶은 사람마냥 월로가 준비한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월로가 뭉쳐놓은 밥뭉치가 혜지의 양손 주먹을 합친 크기보다 2배는 더 컸는데, 건장한 성인 남자가 전부 먹기에도 벅찬 주먹밥이 순식간에 자신보다 체구가 여린 혜지의 뱃속으로 전부 들어갔다.


'늘 보통 사람보다 많이 먹는 혜지는 그만큼 매일 무리해서 힘을 쓰고 다니는 거겠지.'


월로는 혜지가 조금 가엾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이곳에 적응하려 애를 쓰는 이방인,
자신의 계획을 망쳐놓은 누군가와 겹쳐 보이지만 묘하게 불쾌하면서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자신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이 있다.
월로는 그것을 멋대로 세계재창조를 실패한 것에 대한 미련이라고 정의내렸다.

혜지를 보며 기쁠 때나 슬플 때도,
모든 것을 목표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성취감에서 느끼는 행복이라고 여겨왔다.


사랑하는 건 맞아.
사랑하는데, 좋아하고, 때로는 불쌍하고,
어떨 때는 혜지와의 이별을 상상하며 우울해하다가도,


월로는 마음속으로 아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부정해왔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린시절의 자신처럼 무방비하게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다.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으면서도,
더 행복할 미래를 바라고 꿈꾸면서도,

늘 그러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불안에 떨며 종종 걸음만 하는 월로였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요, 저 벌써 월로가 준비해준 주먹밥도 다 먹고 씻고 나왔어요. 얼른 자요!!"

"아.. 벌써요?"


"또 나쁜 생각 했구나! 벌 받아야겠어요.
간지럽히기 형벌을 내릴 거예요."

"아, 혜지님..! 아니, 아니에요!!"



혜지는 우울해보이는 월로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장난스레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간지럽힘을 당하는 월로의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달려갔지만,


"아하하!!! 아핫, 아하하하!!
월로, 월로님, 미안, 미안해요!!
그만, 그만!! 저 죽어요!!"


자신보다 월등히 큰 월로에게 못이겨 역으로 간지럽힘을 당하며 숨 넘어가랴 웃었다.

월로는 그런 혜지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풀렸는지, 간지럽히던 손을 멈추고 이불 위에서 그녀를 자신의 품안에 꼭 껴안았다.


"혜지님한텐 역시 못당하겠네요."

"저는 월로님이 제일 좋아요."


"저도 혜지님이 제일 좋아요."

"저 졸려요, 얼른 자요. 내일 우리 출근해야 하잖아요."


"그래요, 고생 많았어요. 잘 자요."

"월로님도 고생 많았어요. 꿈속에서 만나요."



실내등의 불이 꺼지고 방 안은 월로와 혜지의 새근새근 거리는 숨소리로 가득 찼다. 이따금씩  드르렁 코를 고는 소리도 들렸지만, 모르는 척 해주자.

꿈을 꾸기에도 과분한 두 사람에게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르니까.










- 글 밖의 말
월로혜지는 일상물이니까.. 일상물다운 글을 쓰는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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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𝐹𝐾𝐽 - 𝑌𝑙𝑎𝑛𝑔 𝑌𝑙𝑎𝑛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