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2026.05.21
두 사람은 이불 속으로 온몸을 뒤덮고 움츠렸다.
어차피 누구도 들어오지 않을 집 안에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기지를 만든 아이들처럼,
잔뜩 신난 표정으로 소곤소곤 떠든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마냥 웃는다.
몸은 다 커버렸지만, 둘만 있을 때는
어린아이로 있어도 된다고 암묵적인 룰을 정했다.
즐거우면 즐거운 것,
신나면 신나는 것,
화가나면 화나는 것,
슬프면 슬픈 것,
무서우면 무서운 것,
월로와 혜지가 함께 있을 때는 세상이 단순해졌다.
아마 이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문 밖을 나가면 열심히 어른 행세를 했다.
몸은 다 큰 성인 남녀였던 두 사람 이었으니까.
바깥 세상이 싫어질 때마다 월로와 혜지는
가까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가 너를 만나고 네가 나를 만나는 건,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일. 너무나 당연한 일.
한여름에도 두 사람은 종종 이불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목소리를 낮춰 비밀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은하단 조사대원도 아닌, 은행상회 행상인도 아닌, 그저 월로와 혜지인 상태로 돌아간다. 우리가 묶여있는 육체는 의미없어진다.
월로와 혜지는
함께 있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고 소중했다.

- 글 밖의 말
나이 많은 어른도 결국 나이 먹은 애새끼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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