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지의 맨 다리에는 이곳저곳 크고작은 멍이 들어 있었다. 부드럽고 새하얀 살결 위에 여기저기 푸르스름하게 얼룩이 져있었다. 월로는 그녀의 다리를 보고 물었다.
"조사대원 일을 하다보면 많이 다치죠?"
혜지는 월로의 질문에 의아한듯 부정했다.
"아뇨, 딱히..?"
월로는 그녀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재차 물어본다.
"그럼 이 멍들은 뭔데요, 어디 자주 부딪히세요?"
그제서야 혜지는 자신의 다리 곳곳에 있는 멍들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생겼지!? 저도 몰라요! 돌아다니다보니 조금씩 부딪히긴 하나봐요. 근데 의식 못하고 있어서 진짜 몰랐어요."
"혜지는 조금 부주의한 면이 있죠."
"..... 그래도 주변에 집중하다보면 어쩔수 없어요."
"그래도 조심히 다니셨으면 좋겠는데요."
"...네.."
혜지는 조금 민망한듯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딴청피우듯 월로의 시선을 피했다. 월로는 그런 혜지의 모습이 조금 못마땅했지만,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볼만한듯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뭐, 혜지님은 강하셔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요. 그래도 외지인이니까 괜히 마음이 쓰이는 거죠."
월로는 혜지에게 '외지인'이라는 단어에 약간 힘을 실어서 말했다. 혜지에게 네 상황을 자각하라는 듯 돌려말하며 주의를 주는 것만 같았다. 겉으로 보면 연인에게 하는 다정한 걱정 같았지만, 어딘가 조금 날카롭게 들리기도 했다.
외지인, 혜지는 여전히 외지인이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떠밀려 온 외지인.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모른다.
신의 가호도 받지 못한 평범한 인간일 뿐.
혜지는 알수없는 오류로 발생한 버그 같은 존재였다. '외지인' 이라는 단어를 의식하면서, 아프지도 않았던 멍든 다리가 조금 시큰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월로가 없어도 저는 잘 살아가도록 노력할테니까요. 외지인이어도 적응해야 하는 건 어쩔수 없잖아요."
기분이 상한 혜지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다다미 바닥을 보며 월로에게 툭 쏘듯이 대답했다. 혜지의 말을 들은 월로는 살짝 불쾌해졌다.
"제가 없어도? 안 돼요. 저랑 계속 세계재창조 계획에 동참하셔야죠. 몇 십번이던, 몇 백번이던 실패하더라도 쭉 같이 있으셔야죠. 이미 여기까지 엮어 버렸는데, 제가 그냥 놔둘 것 같나요?"
월로는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혜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혜지는 이따금씩 떨리는 월로의 목소리와 조금 거칠어진 숨소리에 놀라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잔뜩 원망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월로의 얼굴이 보였다. 놀란 혜지는 몇초간 몸이 굳어 아무 말도 못했다.
겁먹은 혜지의 모습을 본 월로는 아차싶은 표정으로, 방금 한 말을 수습하며 다급하게 혜지의 손을 붙잡으며 그녀를 달랬다.
"그러니까 제 말은,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요. 아무리 혼자에 익숙한 저라도 그런 얘길 들으면 서운해요. 지금 제겐 얼마나 당신의 존재감이 큰데요.."
뭔가 실수한듯 안절부절 못하는 월로의 모습을 혜지는 조용히 지켜봤다. 혜지는 조금 머뭇거리나 싶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알죠, 잘 알죠. 굳이 월로님의 목적이 아니어도 저를 소중히 여기신다는 건 모를 수가 없죠. 그래서 저도 월로님 옆에 있는 거고요.
함께 있을 때는 서로가 제일 우선순위가 되더라도, 조금은 느슨했으면 좋겠어요."
월로는 혜지의 말을 듣고 일단 당장의 어색해진 상황을 해결하고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계속 말했다.
"그래요, 그걸 원한다면 저도 맞춰드려야죠. 아까는 무섭게 했다면 미안했어요.."
"알면 됐어요, 저 무서우니까 안아줘요."
월로는 눈앞에 있는 혜지를 잃을세랴, 간절한듯이 꼭 껴안았다. 두근. 두근. 두근. 그의 가슴팍에는 불안한 듯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들렸다.
혜지는 깨달았다. 그의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멍이 저도 모르게 잔뜩 들었나 보구나.

- 글 밖의 말
멍든 다리는 누르면 아파요.
마음의 다친 부분도 누르면 아파요.
우리는 상처난 곳은 평생 연약해지고 마는 존재.
항상 몸과 마음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요.
월로는 혜지의 외적으로 다친 모습을 알아채고,
혜지는 월로의 내적으로 다친 모습을 알아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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